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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와 건강

귀촌한 지 1년이 지나고 가장 많이 변한 것 중 하나가 몸의 변화다. 예전에 비하여 체중, 허리둘레, 체지방, 피곤함 등 불필요한 것은 줄었고, 근육량, 힘, 주량 등 필요한 것은 늘어난 것이 그 지표이다. 쾌적한 자연환경, 규칙적인 생활, 육체적인 농사일, 꾸준한 근력운동, 단백질 위주의 식습관 개선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 맨손 설거지도 건강에 한몫했다는 생각이 든다. 퇴직 전에 집에서 간간히 하곤 했지만 지금같이 하루 세 번 이상 설거지를 하기 시작한 것은 시골에 오고나서부터다. 고무장갑의 답답함 때문에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는데, 맨손으로 하면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사람의 몸은 적게는 0.1 볼트, 많게는 1 볼트의 양전하 전기가 흐르는데, 맨발로 땅을 밟거나 수돗물과 신체를 접하면 몸의 ..

카테고리 없음 2021.12.26

텃세

한 마리의 수탉과 여섯 마리의 암탉이 사는 평화로운 과수원의 평화가 깨진 건 한쌍의 젊은 부부 닭이 오고 나서부터다. 동네 분이 오랫동안 집을 비워 닭을 키울 수 없게 되었다며 닭을 가지고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지금의 일곱 마리 닭 관리도 힘이 부치기에 호의를 사양했지만, 지금의 닭을 키우게 된 계기가 되어 주신 분이고 닭장도 주신 분이기에 어쩔수 없이 받기로 했다. 젊고 예쁜 토종닭 부부가 자루에 담겨 도착했다. 오자마자 기존 닭이 있는 닭장 우리 안에 넣었다. 기존 숫탉이 번개같은 속도로 돌진하더니 날카로운 부리로 새로 온 수컷의 정수리를 계(鷄)정사정없이 찍더니 코너에 몰아넣고 발과 날개, 부리 등 온몸을 동원해 쉴 새없이 송곳 펀치를 날리니 새로 온 수컷은 자다가 날벼락 맞은 듯 머리를 땅에 파..

카테고리 없음 2021.12.15

철부지

철 없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한다. 여기서 '철'은 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뜻하는 순우리말이고, '부지(不知)'는 알지 못한다는 뜻의 한자어이다. 철부지는 계절의 변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 즉 나이 들어서도 사리분별을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몸만 성인이지 철부지 어른과 철부지 정치인이 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고마워 할 줄 모르는 사람, 남 탓 만 하는 사람, 베풀지 않고 거두려고만 하는 사람,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돈만 쫒는 사람 등... 공자님 말씀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君子之德風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小人之德草 소인의 덕은 풀과 같으니, 草上之風必偃 풀 위로 바람 부니 저절로 풀이 따라 눕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1.12.12

김국

달 숨은 仲冬의 첫날, 밤하늘의 별빛이 유난히 초롱초롱하다. 겨울밤의 쓸쓸함을 달래려고 동네분을 초대하여 삼겹살에 술 한잔 나누었다.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주로 시작된 이야기는 담금주와 와인을 거쳐 커피로 마무리했다. 술 마신 다음 날 아침 해장국으로 딱 좋은 김국을 끓였다. 창문 너머로 파도가 밀려오고 갈매기가 춤추는 듯한 바다 내음의 맛이다. 김국 끓이기 1. 냄비에 물과 큰 멸치 5마리를 넣고 끓인다. (대용 : 건새우 또는 건홍합) 2. 끓어오르면 멸치를 건져내고 김 5장을 넣는다. 3. 두부 반모를 토막 내어 넣는다. 4. 까나리액젖 1큰수저 넣는다 5. 새우젓 1큰수저 넣는다 6. 청양고추, 마늘, 파를 넣는다 7. 맛을 보고 물과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다

카테고리 없음 2021.12.05

배춧국

해발 350m 슬음산 기슭 深谷의 겨울은 춥다 며칠 전부터는 바람까지 매섭다 땅기운 받아 더 자라라고 밤에 비닐 덮고 낮에 햇볕 쪼이며 밭에 그냥 두었던 배추를 뽑았다 신문지 옷입혀 창고에 두었다가 겨우내 찬거리로 먹을 참이다 그 중에 한포기를 골라내 속 잎은 간장에 쌈 싸 먹고 겉 잎은 배추국을 끓였다 달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시원한 배춧국 끓이기 * 배추 속잎은 쌈으로 이용하고, 겉잎으로 배추국을 끓인다 1. 배추 겉 잎 5장을 씻어 3~4cm 크기로 자른다 2. 무를 얇게 썬다.(안 넣어도 무방) 3. 1,2를 냄비에 넣고 불에 익혀 숨을 죽인다 4. 참기름을 넣고 더 익힌다 5. 물을 붓는다 6. 건새우 2밥수저 넣는다 (대용 : 똥뺀 큰 멸치 5~6개) 7. 된장 3밥수저 풀어 넣는다 8. 새..

카테고리 없음 2021.12.02

아버지

곤줄박이 한 마리가 서산에서 날아와 유리창이 있는 줄 모르고 안으로 들어 오려 창에 몇 번을 부딪치고는 자두나무에 앉아 두리번 두리번 안을 살피 듯 잠시 쉬고는 가지의 흔드림을 남기고 날아가 버렸다. 생전에 꽃과 새를 좋아하셨던 아버지 어느 날 새장을 사가지고 오셔서 빨간 장미꽃 조화를 둥지 위에 꽂고 종달새 부부 인형을 둥지 안에 넣고 스위치 작동시켜 지저귀는 소리 들으며 행복하게 바라보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혹시 혼자 지내는 아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심심하지 않은지 잘 지내는 지 궁금하여 창가를 맴돌다가 안에서 수육 보쌈으로 아침 식사를 하는 무탈한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서산으로 날아간 벽에 걸린 사진 속 아버지를 바라다본다

카테고리 없음 202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