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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세

로하스(LOHAS) 2021. 12. 15. 20:14

한 마리의 수탉과 여섯 마리의 암탉이 사는 평화로운 과수원의 평화가 깨진 건 한쌍의 젊은 부부 닭이 오고 나서부터다.

동네 분이 오랫동안 집을 비워 닭을 키울 수 없게 되었다며 닭을 가지고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지금의 일곱 마리 닭 관리도 힘이 부치기에 호의를 사양했지만, 지금의 닭을 키우게 된 계기가 되어 주신 분이고 닭장도 주신 분이기에 어쩔수 없이 받기로 했다.
젊고 예쁜 토종닭 부부가 자루에 담겨 도착했다.

오자마자 기존 닭이 있는 닭장 우리 안에 넣었다.
기존 숫탉이 번개같은 속도로 돌진하더니 날카로운 부리로 새로 온 수컷의 정수리를 계(鷄)정사정없이 찍더니 코너에 몰아넣고 발과 날개, 부리 등 온몸을 동원해 쉴 새없이 송곳 펀치를 날리니 새로 온 수컷은 자다가 날벼락 맞은 듯 머리를 땅에 파묻고는 달달 떨기만 했고, 그 사이 기존의 여섯 마리 암컷들은 새로 들어온 암컷 한 마리를 빙둘러서서 신고식 하듯 돌아가며 쪼아댄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둘 다 죽을 게 뻔하여 우리 안으로 들어가 코너에 박혀있는 수컷을 손으로 붙들어 우리 밖 과수원으로 던져 내보냈다. 그러자 암컷이 남편을 따라 날더니 우리를 탈출하여 소란은 일단락 되었다.

문제는 해가 지고 닭장 안에 닭들을 넣고 나서부터다.
저녁때가 되어 날이 어두워지고 닭장 문을 열어주니 젊은 닭 부부는 닭장 안으로 순순히 들어간다.(이럴 때는 닭대가리...)
문을 걸어 잠그니 안에서는 한바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진다.
밤새 인사 나누고 며칠 더 서열 정리하면서 푸다닥거리면 괜찮아 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람도 이사 오면 기존에 살던 사람이 텃세를 부리 듯 닭들의 심한 텃세를 보고 사람도 분명 동물임을 새삼 느낀 하루였다.

오늘은 일하면서 닭장 쪽에 신경을 많이 써서 닭에 대한 복수심(?)이 들어서일까, 계란찜이 생각나서 인터넷 검색 - 맘에 드는 사진 선택 - 계란찜 레시피 습득 - 내 스타일 가미하여 계란찜을 만들었다.



내가 만들어서가 아니라 역시 맛이 일품이다.

계란찜 만들기
1. 계란 2개를 넓은 그릇에 깨어 넣고 거품기로 한방향으로 쉬지않고 5분 동안 돌린다.
(나는 닭을 풀어 키우는 관계로 자연방사 유정란을, 운동을 위해 수동 거품기를 사용했음)
2. 소금 1티스푼, 다진 파 약간, 물 1 컵을 넣고 거품기로 거품날때까지 돌린다.
(나는 굵은 천일염을 넣음, 고춧가루 1티스푼 넣어도 좋음)
3. 2를 접시에 담는다.
4. 솥에 물을 붓고 그 안에 3의 접시를 넣는다.
(솥의 물 높이는 접시 높이의 2/3)
5. 솥을 불에 올려 10~12분 찐다.
6. 찜 위에 깨소금을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