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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게서 배울 것들

로하스(LOHAS) 2021. 9. 30. 21:42

조그만 사과 과수원을 가꾸면서 일곱 마리의 닭과 한 마리의 개와 살고 있다.
여섯 마리의 암닭에 숫닭 한 마리 그리고 9개월 된 숫컷 시베리안 허스키다.
신선하고 건강한 계란을 먹기 위해 낮에는 닭들을 과수원에 풀어 놓는다.
닭을 풀어 놓기 전에 아침 밥을 먹은 허스키를 먼저 풀어 놓는다.
자고 일어나 아침 밥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자유롭게 뛰놀게 하기위해 15분에서 20분 쯤 자유의 몸이 된다.
자유 시간이 끝난 허스키는 집이 있는 울타리로 들여 보내지고나서 닭장의 문을 열고 닭을 풀어 놓는다.
아침 일찍 눈을떠 닭장 안의 사료를 먹었으니 과수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풀을 뜯어 먹을 차례이다.
닭장에서 맨 먼저 숫닭이 나오면 암닭들이 일렬로 뒤따라 나온다.
암닭은 주로 오전에 산란을 하므로 오전에는 주로 닭장 근처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풀잎을 뜯어 먹다가, 씨앗을 쪼아 먹다가, 꽃을 따먹기도 하고 지렁이 등 벌레도 잡아 먹는다.
가끔 숫닭은 무리에서 떨어져 먹이 활동을 하는 암닭을 향해 쫓아가서 마치 축구 경기에서 주심이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빼들고 경고를 주듯 날갯짓을 하며 경고를 하고 무리가 있는 곳으로 유도하여 데려온다.
숫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번갈아 가며 암닭의 등에 올라타 사랑의 씨를 뿌려댄다.
이런 숫닭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들면서도, 행동을 자세히 들여다 보때면 배울 점을 느낀다.
숫닭이 지렁이 등 일명 왕건이 먹이를 발견하면 그냥 먹지 않고 땅바닥에 떨어뜨려 놓고 주변의 암닭을 부른다.
그 중에서 먼저 알아챈 암닭이 먼저 달려와 계정사정 없이 왕건이를 낚아채 먹어 버린다. 그리고는 고맙다는 기색도 없이 휭하고 가버린다. 보기에 얄미울 정도다.
숫닭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관찰해보면 답은 한 가지밖에 없다.
소위 사람처럼 이성에게 잘 보이거나 인기을 얻거나 환심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남편으로서 암닭에게 잘 해 주고 챙겨주는 자연스런 행동이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여기 과수원에는 이 숫컷 한마리 외에는 다른 경쟁 숫닭이 없기 때문이다.
암닭의 등을 귀찮을 정도로 자주 올라 타는데도 암닭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는 것을 보면 자기들을 챙겨주고 보호해 주는 숫닭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이다.
사람은 어떤가?